한국 단도박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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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06 23:25

7주년 소감발표문 (부개조)

글쓴이 : 부개박 (125.♡.246.218)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힘들었던 이야기도 다 했고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다 해서 이젠 할 말이 없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박선생이 하는 말입니다.
할 말 없으면 일어서서 윤항기의 노래만 끝까지 부르면 된다고요.
올해는 GA 오고 나서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박선생이 좋은 쪽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그러면서 박선생에게 가던 에너지를 온통 내 자신에게 쏟을 수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저를 보신분들은 “저사람은 살만한가보다. 되게 편안해보인다”고 생각하실테지만 7년동안 지켜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롤러코스터 타듯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부대끼면서 살아왔는지... 얼마나 복잡한 심정변화를 겪어왔는지...
아직도 집에 압류딱지가 붙어있고, 아이들이 불안증과 우울증이 있어서 둘 다 놀이치료를 받았고, 세금이며 월세를 못 내서 각서를 쓰고,
집 비우라는 소송들어간다는 독촉장을 받는등등...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열심히 모임에 참석했고 지금은 “미”이지만 “우”가 되기 위해서 여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잃은 것들이 너무 아까워서 괴로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너무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밉고 억울해서 홧병이 날 지경이었지만 내려놓고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마음이 가볍고, 여유가 생겨서 내 자신을 살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GA도 사회인지라 그 안에서도 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7년을 개근에 가깝게 다니다보니 나 자신을 못난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가족같은 여사님들과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내 넋두리를 다 받아주시고 도움말도 해주시고 힘들때는 전화까지 해서 위로해주셨던 여사님들 감사합니다.
저는 GA안에서는 복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여전히 그 만남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GA가 도박문제 뿐만 아니라 자녀문제, 인생문제에도 길을 안내해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돌려주지 않는다고, 봉사자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박선생이 만날 야단입니다.
죄송하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GA프로그램을 실생활에 적용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 보상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큰아이를 참 많이도 때리고 화풀이하고 아빠가 앞으로 또 망가지면 너를 가르칠수가 없으니까 아빠가 잘 하고 있을때 열심히 해야 된다고
불안감을 주었음을 이제야 100% 인정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참 많이하면서 합리화시켰습니다
어린 딸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부담을 주었고, 내 불안감을 아이에게 떠맡기려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다가도 한번씩 생각나면 그 때 내가 미쳤었구나 괴로워서 한참을 후회하고 지금부터라도 잘해야겠구나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전에 엄마가 너한테 몹쓸 짓을 했었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몰라서 그랬고 나도 힘들어서 그랬어. 엄마를 이해하지 말고 그냥 용서해줘.
네 잘못이 아니고 엄마잘못이니까“ 라고 어떤 일이 떠오를때마다 그일에 대해서 사과를 해놓고는,
그래도 사람인지라 또 오늘 다른 일로 따따따따 잔소리를 하고 상처주는말을 하게 됩니다.
에휴~~~ 옛날에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또 다시 사과할 일을 만드는 참 부족한 엄마입니다
쓰레기종량제만 있는게 아니라 저한테는 “하루에 한번만 잔소리하기. 일주일에 한번만 화내기” 같은 잔소리 총량제, 분노총량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선생과 하듯이만 하면 될텐데 내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만큼은 버리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이 딸이 “엄마, 그래도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행복한 거 같애”라고 해서 참 고마웠습니다.
자기 친구들이 "4단지 사는 애들은 임대살고 되게 가난하잖아" 라고 했대서 제가 그랬습니다.
“엄마 아빠가 살다보니까 넘어져서 깊은 구덩이에 빠졌었는데 힘들게 기어나와서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
가난해서 부끄러운 건 엄마아빠지 네 책임도 아니고 네가 부끄러워할일도 아니다. 너는 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라 .
아빠가 실패는 했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거 알지?.”
위로도 변명도 아닌 말을 해주면서 아이가 받았을 상처에 가슴이 아팠었는데 그래도 다른아이들에 비해서 자기는 행복하다니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고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박선생이 열심히 살아준 덕분인 것 같습니다.
대충 살고 성격적 결함을 그대로 고집했더라면 어떤 좋은 말을 해줘도 아이가 인정하지 않았겠죠.

우리 박선생이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변한거요?
아이고, 회사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안합니다.
“다른 회사 알아봐야지” 소리를 여러번 들었던 아들이 얼마나 불안했던지 하루는 제게 말했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회사나오면 짤리는 거야. 아니면 아빠가 그만두는 거야? 그만두면 다른데 일할데는 있어? 지금은 불경기라는데...”
지금은 생각을 바꾸니 항상 마음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처자식 3명을 등에 업고 사는 박선생이 안쓰러울 때도 많습니다. 직장생활이 칼끝을 걷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전에 박선생을 업고 거실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되게 좋아하대요.
두 번째는 언제나 웃는 얼굴입니다. 저도 마주보고 웃어줍니다.
그래서 최소한 박선생과는 크게 부딪치는 일없이 대화가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 한해는 대화할 때마다 참 많이 웃었던 것 같네요. 대화가 됩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한참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말이 안 통해“하면서 서로 등돌리고 씩씩댔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내가 그렇게도 노래하던 ‘내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겁니다
매년 제 잔치에 참석하신 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박선생님 내편좀 드세요”라고 했었죠
“그 사람 입장에서는... ” 아, 짜증났습니다.
몇 년전에 돈벼락 맞는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다닐때는 박선생이 내게 전화하면 제 핸드폰에 돈다발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내편”이라고 발신자가 표시됩니다.
남편이라고 입력해놔서 남의 편만 드나싶어서 얼마전에 남편을 지우고 “내편”이라고 저장했습니다.
박선생한테 전화오면 무지 행복합니다. 계속 “내편”이 뜨니까요.
이렇게 유치한 걸로 웃을거리 찾아가며 삽니다

아무래도 저는 여자 팔불출이 돼가는 것 같습니다
어디가서 저희 집 이야기하면 되게 시집 잘 갔다면서 부러워합니다.
저도 박선생한테 바라는 것도 있고 불만도 있는데 다른사람들은 내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자기 남편한테 없는 부분만 골라서 듣고 부러워하는 것 같아서 제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할때도 많습니다
“당신이 도박해서 빚도 많고, 집에 압류딱지 붙어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부러워할라나?” 박선생과 이야기하면서 서로 웃습니다
저도 그 사람들 부러운 것 많습니다. 다 마찬가지겠죠.
박선생님! 당신도 내 칭찬 좀 많이 해주세요.
와이프 칭찬하다보면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 당신 자신이 더 행복해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