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도박 모임

0402

작성일 : 09-11-22 21:37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글쓴이 : 개신성 (115.♡.141.72)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인간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 본능 인가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솝 우화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공감이 가겠지요? 저 역시 마음속에 담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말하기엔 비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도박 중독자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공통적인 가슴앓이를 한풀이 삼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과거의 고통은 덮어두고 현재에, 오늘 하루의 삶에 충실하려고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고통은 오늘까지 우리를 처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현실이 너무나 두렵고 무섭습니다.
제가 2000년 가을 연수 때 소감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GA에 나온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8년이 지난 오늘 훨씬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여러분들에게 전해 드렸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남편은 15년 정도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심각한 중증 충동조절 장애자로 살아가면서 가족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옛말에 노름은 죽어야 만 끊을 수 있다고 했죠? 그 말이 자꾸 실감이 나서 더욱더 불안하게 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아픔이 있었습니다. 2006년에 시동생이 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 때 남편은 너무나도 슬프게 통곡을 하였습니다. 남은 어린 조카들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동생의 죽음도 도박 앞에는 무력하였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요? 동생은 없지만 자신은 잘 살고 있으니까요. 또 도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해는 제가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고통과 불안 속에서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 남편은 자기가 그 동안 도박으로 인해서 빚진 많은 사채업자들에 시달렸기 때문에 온전히 저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그 많은 사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최대의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생각해 낸 것이 저의 암 보험 보상금을 청구하여 일부를 시달리는 사채를 갚았더군요. 저 모르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보험업을 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특정암이 아닌 일반암이라고 속였구요. 그러나 아무리 도박 중독자들이 거짓말을 하여서 완전 범죄로 성공한 것 같지만, 세상에 거짓이 영원하지는 않은 것이 또한 진리이며 정의인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남편은 계속 도박을 하였습니다. 결국 암 보상금은 모두 도박하는 데 밑천으로 다 사라졌습니다. 전 몸으로 남편의 도박 자금을 대어준 꼴이 되었네요. 하루는 저와 딸이 함께 가서 도박장에 앉아있는 남편을 끌어내어 처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그 다음에도 몇 번 가서 온갖 모욕을 다 당했지만 도박 앞에서는 정말로 무력한 나약한 중증의 정신질환자인 불쌍한 한 인간과 그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병든 저와, 불쌍한 딸!!!!
남편은 도박중독자만이 아닙니다. 돈꾸는 중독자!!
지금까지 15년 동안 도박을 하면서 정상적인 대출이 아닌 캐피탈이나 파이넌스, 카드 깡, 일수 등등의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빌린 것이 적어도 1000곳은 족히 될 겁니다. 또한 저를 팔아서 빌린 돈! 인감을 가져다가 사채업자에게 보증인으로 하여서 제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고, 임대한 집에도 차압이 들어오고, 모든 가재도구에도 붉은 딱지 다 붙고,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빌린 돈, 위장 전입을 하여서 전세자금으로 은행에서 불법대출을 하여 빌려 형사 고발 직전에 결국 또 저를 볼모로 잡히고 풀려났던 일, 집 팔은 것을 모두 날려서 오갈 데 없이 비참했던 일, 판사에게 재판받으러 간 기억 등 등...
그리고 고객들에게 받는 보험금은 남편의 아주 쉬운 도박 자금과 보채는 사채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밥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몸이 달으면 결국 자폭하여, 결국은 제가 또 고통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사태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까지 왔습니다.

아마 전국에서 남편이 가장 많이 동사무소에서 인감을 발급받는 사람일 겁니다. 모두 사채를 빌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지요.
그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저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직장 생활 25년을 한 것을 모두 남편의 도박 자금용으로 충당하였고 그것도 모자라서 3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는 태산을 이고 살고 있습니다. 저의 하루하루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고, 마치 날이 선 칼날위에서 곡예하듯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세상이 불의를 그냥 놔두지 않듯이 회사에서 남편에게 감사가 나왔습니다. 그간 보험 10년 동안 너무 많은 횟수의 마감으로 인해 수상히 여긴 감사팀에 걸려서 보험금 횡령죄로 형사 고발을 하겠다고 경고가 나왔습니다. 전 또 250만원이 되는 미리 해치운 남편의 공금을 빚을 내어 물어주었습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손이 저려옵니다. 이것은 손이 저린 것이아니라 가슴이 저린 것이 손으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정말로 죽겠습니다. 지금까지 남편은 저에게 어떤 고문보다 더한 고문을 하면서 저를 죽이고 있습니다. 전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처절하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서서히 피를 빨아먹으며 죽어가는 저를 항해서 또 돈을 얻을 곳이 없나를 확인하면서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저와 딸은 남편의 도박중독으로 인해 마음에 큰 병을 얻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급한 돈이 마련되면 금방 나태해지면서 항상 아내인 제가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은행이라 생각하며 지금도 돈을 꾸는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뜩이며 주위를 뒤지고 있습니다.
이 비참함을 누군가에게 큰 소리로 절규하고 싶습니다!!!
돈 1000만원이 없어 딸애를 어학연수를 보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용돈도 주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여서 자기 쓸 돈을 마련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노름으로 인한 고리 대금업자의 빚은 계속 일 년에 3000만원정도를 여기저기서 급조달을 하여 메워주고 있습니다. 참~~ 저 정신 나간 인간이죠? 남편과 함께 살기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희생과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이제 기력이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2006년까지 모임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몸만 나온 것이지 전혀 마음은 오지 않은 그런 참석이었습니다. 항상 모임을 다니면서도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부부지만 난 남편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 지붕 아래에 살고 있을 뿐 입니다. 항상 거짓으로 위장된 남편이 무섭습니다.
남편으로 인해서 나의 인생은 처절하게 무너졌으며, 긍정적인 나의 성격은 항상 비관적이고 자신감이 없는 나로 변했습니다. 누구에게 전화가 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누가 찾으면 웬지 불안함이 앞섭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남편에게 받은 세뇌교육으로 이렇게 무의식속에 새겨진 저의 마음의 중병 증세인가 봅니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의 행복을 짓밟을 귄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와 남의 행복을 위해 서로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진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남편은 육체적인 암보다 더 무서운 충동조절 장애라는 정신암 을 앓고 있다는 것을 ....
그런데도 왜 이리 가슴이 저릴까요? 아직 GA의 의미를 제대로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해서겠죠?
행복은 내 안에 있고, 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 자신 열심히 살고 있어도 옆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좌우되는 것이 정말로 싫습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 같은 날들이 정말로 싫습니다.

****이 글은 제가 작년에 쓴 글입니다.
이러게 힘든 우리의 생활이 지난 11월 12일 1주년 잔치를 했습니다.
GA와 인연을 맺은지 거의 10년만에....
올 가을 연수에서 남편은 지난 날의 도박 중독의 삶에 대한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직은 상처가 많이 아물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위해
또다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