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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6일 이날은 바로 우리 아버지께서 도박을 끊은 지 100일이 되시는 날이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 물론 아버지께서 도박을 끊은 지 100일이나 지났다는 건 그만큼 참고 견디셨다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100일을 제외한 살아왔던 날과 남은 날들은 우리 가족에게는 지옥과도 다름없는 나날들이었을지도 모른다...어머니께서는 그 많은 날들을 힘겹게 참고 버텨오셨지만 말이다.
아버지께서 도박을 끊은 지 100일이 되기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난 내 어릴 적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초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사이였을 거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이유이신지는 몰라도 엄청 싸우셨다. 두 분 다 심하게 화가 나시고, 아버지는 드시던 밥을 그만 드시고,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가셨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울고 계시던 그 모습들이 생각난다.
그 때 나와 내 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가 우시니까 그냥 따라 울었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그 날 울었던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날 아버지께서는 다시 돌아오셨지만, 우리가족은 한 번 더 불신에 휩싸이게 되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였을 거다. 아버지께서 또 도박을 하셨다는 말을 어머니께 듣게 되었다. 정말 그 때 나는 화나구,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가족간의 사이도 회복되고 진정 되려고 하는데, 갑자기 또 큰 벽하나가 다시 그 길을 가로막아버렸다...
아버지께서 외식한다. 친구 만난다 하실 때 항상은 아니어도 아버지께서는 게임 방에 들어가서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 씩 돈을 쏟아 붓고 계셨을지도 모른다...한낱 허황된 꿈으로... 재미로... 그렇게 돈을 붓고 계셨던 것이다...그게 우리 가족에게 발각된 이후, 나, 엄마, 동생은 정말 화가 났고, 아버지께서는 그 때 우리와 굳게 약속을 하셨다. 다신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쓰시면서, 난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때 아버지를 믿었다. 하지만 역시 믿으면 안 되는 일이었나 보다.
중1 후반에 일이 또 터지고 말았다... 또 들려오는 도박하셨다는 말씀, 이제 무슨 때마다 지나가는 당연한 일같이, 결국 어머니는 참을수 없이 화가 많이 나셨고, 불어난 빚들을 보시며, 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을 하셨다...
엄마는 아버지와 정식 부부 관계를 끊으시고, 나와 내 동생을 보살펴주시며 직장일과 집안일들을 다 하셨다. 물론 아버지도 집에 찾아와 도와주셨지만, 그동안 엄마께서 받으신 상처와 고통들에 비하면 그 정도 도와주시는 건 정말 세발의 피도 안 되는 것 같다. 결혼하셔서 즐겁게 지내지도 못하시고, 빚 때문에 힘들게 사시는 어머니를 볼 때 마다 꼭 내가 커서 꿈을 이루어서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마음만이 나를 다시 일으키고, 내게 힘을
주었다.
중2가 되고, 나는 이제 희망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심지어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마저 나를 버리시는 것 같았고, 모든 것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어머니 아버지께서 단도박이라는 모임을 알게 되셨고, 그 모임에 나간 후부터 아버지께서는 점점 치유되고 있으시다. 좀 더 빨리 이 모임을 알게 되었다면, 상태가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 사는 것도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좀 더 어머니께서 편히 마음 가질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 가지 우려 되는 것은, 아버지가 우리 보이는 곳에서는 도박하지 않으시지만, 어느 곳에서는 또 우리 몰래 도박을 하실 지도 모른다는 또 한편의 공포가 내 마음속 어딘가를 짓누르는 걸 생각하면, 정말 힘들지만... 난 아버지를 믿는다.
가족들과 한 약속을 아버지께서는 깨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버지께 한 말씀 올리겠다.
“아빠, 그동안 아빠 하신 거 어떤 행동인거 잘 아시죠? 그만큼 저희 가족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단도박도 아셨고 아빠도 더 이상 안하시구요, 여기 쓴 말들 건방졌다면 죄송하지만, 제 느낌을 썼을 뿐이구요, 아빠 사랑하구요 힘내세요 ^ㅡ^!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아버지가 되세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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