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눈물이....

사당동 : 의왕 이의 큰 딸

끝내 눈물이 났습니다

잔치가 있던 그 주, 월요일부터 수첩을 붙들고 돋보기를 쓰신 채 식탁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시던 아버지는 잔치가 있던 금요일엔 아예 작은 방에 스스로를 감금하신 채 서너 시간동안 꼼짝도 않고 소감문을 쓰셨더랬지요. 그리고 볼펜으로 빽빽하게 쓴 수첩을 내밀며 한글 문서로 타이핑을 부탁하셨지요. 당신이 쓴 글을 못 알아볼지 모른다고 옆에 앉아 소리 내어 읽으시는 이야기를 빠르게 컴퓨터 화면으로 옮기던 저는 마지막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바랬지만 끝내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제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와 벅찬 감격 그리고 알 수 없는 북받침... 문득, 몇 년 전 추운 겨울에 잔뜩 웅크리고 적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기원

아버지는 공장 문이 닫힌 뒤부터 기원에 취직했다 며칠씩 야근을 하며 바둑알 하나에 기원 하나를 걸었다. 얇은 바지 주머니가 먼지와 담배냄새로 가득 차면, 아버지는 기원 구석에서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새벽 내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쓸어내리며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던 어머니는 벌건 눈으로 아침을 열고

시들시들해진 몸을 일으켜 쌀 한 됫박에 한숨 섞어 밥을 지었다. 밥 한 공기가 식탁 위에서 다 식도록 아버지는 돌아올 줄 몰랐고 허름한 공장 속으로 사라진 어머니는 힘 센 상자들을 껴안고 휘청거리는 발걸음마다 입술을 깨물었다 손바닥 반만큼 주어지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 몰래, 눈물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삼켰다. 그 순간, 아버지는 무거워진 마음에 새로운 기원을 불어넣으며 오늘은 꼭 이루어질 거라고 담배로 허기를 달래며 다시, 바둑판 앞에 앉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았고 해거름, 어머니는 다 시어빠진 몸을 버스에 태우고 기원으로 달렸다. 빨간 핏줄로 쩍쩍 갈라진 눈을 하고 기원에 붙어 있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본 척 만 척하다가 소매를 끌어당기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란 말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된단 말이야! 그러나 시간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았고 기원에서 끌어낸, 비틀거리는 아버지 곁에서 어머니는 두 번 다시 기원에 들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아무리 눈물을 흘리며 기원해 봐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되던 그 시절을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우리들도 이제 아픈 상처들을 기꺼이 치유하며 아픈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행복하게, 무엇보다 밝고 건강하게 살아나갔으면 합니다. 그 길의 중심에 GA가 있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GA를 찾아가던 그 날의 첫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당동 GA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