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문턱에서 부모님을 바라보며

교도소 모임/강릉 김

“숯과 다이아몬드는 원소가 똑같은 <탄소>이다.” 그런데 똑 같은 하나의 원소가

어떻게 존재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둘로 변한다. 하나는 최고의 값진 보석으로 되고,

다른 하나는 불에 타고 남는 찌꺼기가 된다.

인간 역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숯이 될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다.

오늘 하루쯤 만이라도 내가 얼마큼 세상을 살면서 검게 타 버렸고, 내가 얼마큼 살면서

세상의 빛이 되었는가를 꼼꼼하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저는 2002년도에 살인 등의 죄로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수감되어 있는 수형자입니다.

2005년, 정신교육시간에 강사로 오신 K선생님의 강의를 받고 G.A모임과 인연을 맺게 된

강릉 김입니다.

저는 20세부터 10여 년 동안 하우스(노름방)을 운영하는 일명 창고장이였습니다.

물론 실력도 좋고 승률도 80%이상이었습니다.

저는 G.A모임을 갖기 전에는 도박의 심각성을 몰랐고, 도박으로 재산을 날린 적도

없기에 도박이 중독성이 있고, 사람의 심성을 파괴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남이야 전 재산을 날리고 야반도주를 하건 말건 오로지 돈 따는 재미로

인생을 살았습니다.

제가 G.A 모임과 인연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직까지 그것이 범죄인지 모르고, 출소하면

또 노름으로 세월을 허비했을 것입니다.

G.A와 인연을 맺고서 변화된 저의 모습을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메밀꽃 필 무렵이면’의 소설 내용의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이 저의 고향

입니다. 3대독자로 태어나 가족들에게 왕처럼 대접받고 살았습니다. 저는 학교 가는

것을 정말 싫어 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 통 털어 학교에 출석한 날수가 50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3학년이 되도록 한글도 몰랐습니다.

아버지 손에 붙들려 강제로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시험

날이었습니다. 시험지를 받아보니 하얀 것은 종이이고 검은 것은 글씨란 것 밖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3대독자 외아들이 까막눈이라니 아버지는 얼마나 기가

막혔겠습니까?

저를 불러 앉혀 놓으시고 좋은 말로 타이르셨지만, 저는 학교 가는 게 정말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에 다닐래 아니면 머슴 놈처럼

지개 지고 나무나 하고 논밭이나 갈고 지낼래?”라고요. 초등학교 3학년 철부지인 저의

대답은 당연히 머슴 따라 다니겠다 였고 저는 아버지께 반 죽도록 맞았습니다.

그렇게 맞으면서도잘못 헸다거나 학교에 잘 다니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학교에 가는 게 그렇게 싫었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 한글은 겨우 깨치고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버지의 서슬에

중학교는 입학을 했지만 원래 가기 싫은 학교라 70%는 도망만 다니면서 온갖 사고를

치다 퇴학을 맞았습니다.

그 인생의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17세에 시작된 교도소와의 인연은 10대, 20대

시절을 50% 정도 교도소에서 보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애들이 생기고 하니 조금은 자제도

되고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과는 결국......너무나 큰 죄를 짓고, 남은

생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실행을 할려고 하니 애들이 눈에 밟혀 차마 이루지 못하고 자수를

했습니다.

검사구형 20년을 받고 나니, 그저 암담할 뿐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면회를 오셨는데 서로 얼굴만 쳐다 볼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잠시 얼굴만 보다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저 바빠서 들어가 봐야 돼요.” 라고

얘기하고 접견실을 뛰쳐나와 대기실에서 통곡하고 울었습니다.

정말 내 인생에 흘릴 눈물을 그날 다 흘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주변의 매서운 눈총과

암묵적인 협박에 고향을 등지셨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빨간 페인트로 아버지 집 담장에

‘살인자의 집’ 이라고 크게 써 놓기도 했답니다.

그 후로 4년의 세월동안 아버지 소식을 몰랐고, 연세가 연세인지라 혹시 하는 생각까지

하고 마음의 준비도 했었습니다.

G.A와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년 3개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모임을 하면서

저의 더럽고 두꺼운 껍질들을 하나 둘 벗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맥 놓고 그냥 세월만 보내던 제가 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시작을 하고 매달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결심을 한 후, 검정고시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신청을 했습니다.

내가 제일 싫어 한다는 공부를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고, 미친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목공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시작

했습니다.

절대로 오르지 못할 것 같은 큰 산 앞에 선 기분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되더군요.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해야 하니 처음에는 그저 망막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뜻이 있으니 길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05년 중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곧바로 그해 4월에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여 또 합격을

했습니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공부에

성공하니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왕 시작한 것, 대학에도 가 보자라고 마음먹고 또 매달렸습니다. 내년에는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대학에 갈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학비였습니다.

내 의지가 돈 때문에 꺾인다 생각하니 정말 서글퍼졌습니다.

한동안 우울하게 지냈는데 뜻이 있으니 길이 또 열리더군요. 지난주 5월 12일 뜻하지

않게 면회를 왔습니다. 다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4년 동안 연락이 없어서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는데 누나와 함께 오셔서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학비 문제를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학교라면 때려 죽여도 안 간다고 버티던 제가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대학까지 간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습니까?

아버님과 누나가 서로 돈을 내겠다고 다투기까지 하시더군요. 나는 살아 계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는데.... 또한 생각지도 않은 친구가 찾아와서는 자기가 다 책임지

겠다고 하니 이제는 누구 돈으로 공부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건 기적과 같은 겁니다.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이 제게 도움을 주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한 G.A에 참석하여 제 내면을 깨우치고 껍질을 벗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고, 지금도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G.A 협심자 여러분 용기를 내세요! 과거의 옷을 벗어 버리고, 세상의 유혹도 뿌리치고

열심히 살아 봅시다.

지금의 제 모습을 있게 해준 G.A에 감사드리고, 저를 처음 G.A에 이끌어 주시고 이곳

모임을 찾아서 함께 해 주시는 K선생님과 S여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모임을 갖도록 배려해 주시는 교무과 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옆에서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담 안의 협심자가 담 밖의 협심자에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