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눈물의 의미

시카고 리

앞에 가고 있는 남편의 차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흘러서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을 목요일. 지금은 밤 10시 40분입니다. 단도박 모임을 마치고 나오며 엔진을 켜는 순간 함께

틀어져 나온 어느 목사님의 설교가 제 마음에 닿아서 나오는 눈물이었습니다. 감사의 눈물인지 희망과 남편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것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인해 저는 몇 달 전 제가 흘렸던 어떤 눈물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절망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던 마지막 순간에 흘렸던 눈물을 말입니다.

제 남편은 도박 중독자였습니다. 그런 남편이 결혼 10여 년 동안 두 번씩이나 도박 문제로 크게 충격을 주었을 때, 첫 번 째는 그게 병인지도 모르고 그냥 하지 않겠지 하고 다시 추스렸었는데 두 번 째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더 이상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저는 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도 뒤로한 채 무작정 약국으로 가서 수면제와 물을 샀습니다. 그런 다음에 조용한 곳에 가서 약을 먹고 깨지 않을 잠 속으로 빠져들고픈 마음뿐이었는데...... 그때, 8살 난 딸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없으면 상처받을 딸아이에게만은 지금 엄마가 왜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한글을 겨우 읽은 줄 아는 아이에게 읽기 쉽도록 정자체로 또박또박 써 내려가며 흘렸던 눈물...... 눈물이 아니라 제 몸 속에 있던 절망감이 피로 변해 나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최후로 남아있던 의지로 한 줄 한 줄 써내려 갈 즈음 남편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 의해 발견되고, 병원에 실려 가고, 급기야는 보험도 없고 돈도 없다고 부르짖는 제 말에 극빈자를 위한 정신병원에까지 실려 갔다 왔습니다. 그렇게 힘들었던 날들을 생각할 때 지금처럼 제가 기쁨과 희망이 섞인 눈물을 흘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이렇게 해서 저희 내외가 단도박 모임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2주전에는 남편의 100일 잔치까지 했습니다. 비록 첫 단계였지만 남편이 병임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100일이나 됐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제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 저질러진 많은 일들이 저희 앞길을 가로막고 있긴 하지만 하나하나 헤쳐 나가야 하겠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은 저희들이 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을 잊지 않으며 항상 제가 흘렸던 눈물들을 생각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