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척 담장 안에서

교도소 /고양 이

단도박 친목모임이 102번째이고 회원 가입 된지 백일이 되는 날에 세상에 태어나 백일을 축하받고 잔치 상을 받은 것이 두 번째인 것 같다.

한 생명으로 인정받는 인증서 같은 어릴 때의 첫 백일과, 단도박 모임에 가입해 맞는 두번째 백일. 마침 함께 가입해 백일을 맞는 동료, 생일을 맞은 동료와 함께 단도박 모임에서 이곳을 변함없이 찾아주시는 몇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 교도소는 자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곳이기에 축하잔치는 더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케잌에 촛불을 붙이고, 어설프지만 백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때 감동적이었던 당시를 다시 설명하려니 가슴이 설레네요. 사실 이곳은 촛불을 켜고 촛불을 끄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라서인지 바라보는 촛불이... . 이 어두운 곳, 사람들의 구석구석을 밝혀주기에 충분했었다 생각 됩니다.

사실 세상을 살면서 바른 길인지 삐뚤어진 길인지를 생각지 않고 앞만 보며 무모하게 달렸고, 또 무모하게 달렸으면 내달린 자신의 그림자라도 돌아봐야 했는데, 한 번도 뒤돌아 본 일이 없다보니 결국은 구척 담이 막고 있었지만 구척 담 안에서도 세상을 단축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단도박 모임을 통해 알았습니다.

세상을 배우고 마음을 닦는 곳 중에 가장 좋은 곳은 선방이나 수도원이고 두 번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며, 세 번째가 학교(교도소)라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어요. 떵떵거리며 큰 소리 치는 사람, 제 잘났다고 있는 폼 없는 폼 자랑하는 사람, 네 것 내 것 모두 내 것이라는 분, 무슨 소리야 내가 변강쇠지라는 형, 그래 너 정도야 한 방이면 새벽쯤이야, 기술이야 내가 제일이지, 구구 절절이 많은 사연을 안고 있지만, 푸른 제복에 가려져서인지 먹고 자고하며 한 가족보다 가까이 지내면서도 쉽게 가까워지지도 않고 그렇지 않기도 한 곳입니다. 잘 이해하고 소화가 되면 학교이고, 잘 이해 못하면 교도소인 곳이죠. 그러던 이곳에 사랑을 주신 분은 이곳을 찾아주신 단도박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수업의 힘!

5평 남짓한 방에 8~10명이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안하기도 하는 곳이었는데, 단도박 회원 간에 토론을 하고 토론 중에 자신들의 처지를 말하고 서슴없이 치부를 들어내며,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어서였든지 간에 회원 간에 돈독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멀리서 볼 때도 마음의 손을 흔드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심이 어떨까요? 이곳은 다른 공장 사람과는 말을 주고받을 수(통방)가 없거든요.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짧다>라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계획과 희망, 평강 공주는 바보 온달을 미래의 장군이라 믿었고 그 믿음을 온달에게 심어 줬으며, 온달은 희망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바보가 아닌 장군이 될 수 있었답니다. 누구든지 계획을 세우고, “나는 무엇이 되겠다. 이러 이러한 사람이 되겠다.”를 그림이나 글로써 표현해, 그림은 예쁘게 색칠을 하여 늘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둔 다음, 그렇게 되겠다, 그렇게 될 것이다. 라는 주문을 단 하루에 5분이라도 한다면, 반드시 꿈은 희망을 해결 해 준답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답니다.

단도박 회원님들 힘을 냅시다.

이 글 자리를 빌어 멀리서 마음의 손을 흔들 수 있도록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단도박회를 유치해 주신 교무과 관계자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영등포 학교 철공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