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나 겉치레만을 앞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사람은 실속 없는 일에 자신의 많은 것을
투자하게 됩니다. 경험 많은 여행자는 교통편과 숙식 등을
모두 제공하는 관관여행 따위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들은 어떤 것이 진정한 여행인지를 잘 아는 까닭입니다.
말하자면 어떤 것이 가장 훌륭한 여행인지를 잘 아는 까닭
입니다.
카프카의<변신>이라는 소설을 보면 어떤 젊은 샐러리 맨이
아침에 잠을 깨보니 자기 몸이 거대하고 추한 벌레로 변해
있더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음이나 정신은 보통 사람과 똑같은데 육체만 징그러운
벌레로 변해버린 것이지요.
그러자 그의 가족들은 그를 무서워하며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방에다 가두어 놓습니다. 심지아 제일 사랑하던 여동생마저도
그가 다가서려고 하면 피했다고 합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단정짓지 않습니까.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그 사람의 내면,
그 사람의 마음이나,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 등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한 호텔에 새로운 지배인이 채용되었습니다.
그는 호텔의 내부 사정을 되도록이면 빨리 익힐 작정으로
부임한 첫날 호텔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허름한 옷차림에 나이 많은 한 노인이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배인은 그 노인이 호텔의 좋은 분위기를 망친다 생각하여
슬며시 다가가 '남의 눈에 듸지 않게 즉시 이곳을 떠나주시오'
라는 쪽지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지배인은 그 노인이 아직도 가지 않고
귀빈실 고급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직접 쫓아낼 요량으로
그 노인에게 다가섰는데, 이번엔 그 족에서 슬며시 쪽지 하나를
건네는 거이었습니다.
'소문나지 않게 즉시 이 호텔을 떠나 주시오'
알고보니 노인은 바로 그 호텔의 경영주 였습니다.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던 한 대신이 공주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공주는 대신의 지독하게 못생긴 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그토록 뛰어난 학식이 이렇게 못생긴 그릇에 들어 있다니."
대신은 그 소리를 듣고 공주에게 물었습니다
"궁 안의 좋은 술은 모두 어디에 담겨져 있습니까?"
"그야 질그릇으로 된 항아리 안에 들어 있지요."
공주의 대답을 들은 대신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ㅅ습니다.
"왕실이면 금이나 은그릇이 많을텐데, 그렇게 좋은 술을
질그릇 따위에 담아 두다니요?"
그 말을 들은 공주는 당장 굴궐 안에 있는 모든 술을
금이나 은으로 만든 그릇에 옮겨 담도록 했습니다.
며칠 뒤 임금이 술을 마시다가 화를 벌컥 냈습니다.
술맛이 예전과 달리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알게 된 임금은 공주를 불러 호되게 꾸짖었고,
꾸중을 듣게 된 그녀는 대신을 불러 책망했습니다.
그제서야 대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는 다만 사람이든 물건이든 겉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주님께 가르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요즘 우리는 거울을 쳐다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나 여성들은 어디를 가나 부지런히 거울을 꺼내 봅니다.
그리고는 얼굴을 다듬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좋은 일입니다.
자주 보고 자주 다듬으니 그 얼굴들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우린 왜 이 좋은 습성으로 마음의 거울을 자주 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울은 벽에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벽에 걸린 거울을 자주 보는 것처럼 자기 마음의 거울을 자주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은 더더욱 아름다워질 텐데요.
ㅡ 이정하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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